나는 정말 좌뇌형 인간일까?
우리 뇌에 대한 흔한 착각
어느 날, SNS에서 간단한 테스트 하나가 눈에 띈다. 숫자에 강한 당신은 좌뇌형, 그림과 음악을 좋아하는 당신은 우뇌형. 결과에 따르면 당신은 '좌뇌형 인간'이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성향. 왠지 똑똑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상하다. 숫자엔 강하지만 예술을 좋아하고 감정 기복도 크다. 그럼 당신은 도대체 어느 쪽인가?
이런 테스트는 한때 유행처럼 번졌지만, 과연 정확할까? 좌뇌형, 우뇌형이라는 구분은 실제로 과학적인 근거가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구분짓는 데에 이 개념을 활용하지만, 실은 이것이 얼마나 단편적인 해석인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뇌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실제로 최근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뇌는 어느 한 쪽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활동에서 좌뇌와 우뇌가 함께 작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언어 능력은 좌뇌, 감정은 우뇌라는 식의 구분은 아주 기본적인 구획일 뿐, 일상적인 대화나 문제 해결, 감정 표현 등 복잡한 행동은 뇌의 여러 영역이 동시에 협력해야 가능하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위로의 말을 건넬 때 우리는 논리적인 언어 선택(좌뇌)을 하면서도 감정을 담아 억양을 조절하고 표정을 짓는다(우뇌). 어느 하나만 작동해서는 진정한 공감도, 적절한 표현도 불가능하다. 결국 좌뇌형, 우뇌형이라는 이분법은 우리 뇌의 실제 작동을 오히려 가리고 있는 셈이다.
뇌는 따로가 아니라 같이 작동한다
: 진짜 중요한 건 '협력'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를 떠올려보자. 자료를 분석하는 사람, 기획을 담당하는 사람, 고객을 설득하는 사람 등 각각의 역할은 다르지만, 이들이 협력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결과는 나오기 어렵다. 뇌도 마찬가지다. 좌뇌는 논리와 분석, 우뇌는 감정과 직관을 담당한다고 흔히 말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건 이 두 뇌의 팀워크다.
현대 뇌과학은 뇌를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본다. 각 기능은 고립된 섬처럼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통신망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협력적으로 작동한다. 특히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집행 네트워크 같은 대규모 뇌 회로는 감정, 기억, 집중, 상상력 등 고차원적 활동에 긴밀히 관여한다.
우리는 흔히 한 가지 능력만 발달시키려 한다. 수학을 잘하고 싶다면 계산 연습만,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문장 구조만 연습하는 식이다. 하지만 진짜 실력은 뇌의 여러 영역이 함께 작동할 때 빛난다. 수학을 잘하려면 문제해결력, 시각화, 동기부여 등이 동시에 필요하고, 글쓰기 역시 논리, 감성, 직관이 모두 요구된다.
결국 뇌는 좌와 우, 논리와 감성, 과거와 현재, 집중과 상상을 넘나들며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유기체다. 어떤 한쪽만 발달시키려는 시도는 오히려 전체적인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균형과 협력이다.
뇌의 협업을 키우는 실천들
: 누구나 가능한 뇌 자극 루틴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뇌의 협업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정답은 어렵지 않다. 특별한 도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일상에서 조금만 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한 손으로만 하던 일을 반대 손으로 바꿔 해보는 것. 혹은 잘 쓰지 않던 감각을 자극해보는 것이다.
다음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뇌 협업 루틴 몇 가지다
- 악기 연주 배우기: 손가락의 정교한 움직임, 리듬 파악, 감정 표현이 동시에 요구되므로 좌우뇌 협업에 탁월하다.
- 새로운 언어 도전: 문법적 이해는 좌뇌, 억양과 문화적 뉘앙스는 우뇌가 담당한다.
- 명상과 감정일기 쓰기: 주의 집중 회로와 감정 처리 회로를 동시에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 창의적 글쓰기와 논리적 피드백 병행: 자기 표현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모두 자극한다.
- 운동하면서 음악 듣기: 공간 감각, 리듬 감각, 감정 자극을 동시에 이끌어낸다.
또한 수면, 식습관, 운동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도 무시할 수 없다. 충분한 수면은 뇌 회로 재정비에 핵심이며, 오메가3 같은 지방산은 뇌세포막을 건강하게 유지해준다. 운동은 뇌로 가는 산소량을 증가시켜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이처럼 뇌는 우리가 반복하고 의도적으로 자극을 줄수록, 더욱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한다. 특정 능력을 단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를 조화롭게 사용하는 것이 진짜 두뇌 발달의 핵심이다.
결론
뇌를 잘 쓰고 싶다면 구분이 아니라 연결을 생각하자
당신은 더 이상 좌뇌형도, 우뇌형도 아니다. 당신은 뇌를 협업적으로 사용하는 인간이다. 좌뇌와 우뇌를 나누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뇌의 연결과 협력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이해하고, 그 원리를 일상 속에 적용하는 것이 진짜 뇌 활용의 지름길이다.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 강점을 고립시키지 말고, 반대되는 능력과 연결해보자. 논리적인 사람이라면 감성을 더해보고, 감성적인 사람이라면 논리를 훈련해보자. 그 순간 뇌는 비로소 하나의 유기체로 작동하게 된다.
지금부터 중요한 질문을 바꾸자. 나는 좌뇌형인가, 우뇌형인가가 아니라, 나는 뇌를 얼마나 통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가? 라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진짜 두뇌 개발의 시작점이다. 그리고 그 여정은 우리가 생각보다 훨씬 더 창의적이고, 논리적이며, 따뜻한 존재임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